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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5월이 오면…

KTN Online
Last updated: 5월 1, 2026 11:3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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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편집국장 유광진

5월은 언제나 설레는 달이었다.

파란 하늘, 시원한 바람, 그리고 온 세상이 초록으로 물드는 계절. 어린 시절 5월이 되면 가슴 한편이 먼저 알아챘다. 달력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공기 냄새만으로도 뭔가 특별한 날들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한국의 5월은 유난히 빼곡하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석가탄신일까지. 가족과 이웃과 스승을 한꺼번에 기억하게 만드는 달이다. 그중에서도 어린이날은 단연 으뜸이었다. 새 옷을 차려입고 엄마 손을 잡고 향했던 어린이 대공원. 넓은 잔디밭을 마음껏 뛰어다니던 그 오후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솜사탕 하나를 손에 쥐고 세상을 다 가진 듯 뛰어다니던 그 아이가, 지금 흰머리 가득 머리에 이고 있는 나이가 되었다.

그때의 5월은 단순했다. 좋은 날씨, 맛있는 음식, 그리고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텍사스의 5월을 바라본다.

텍사스의 달력은 한국과는 다르지만 5월을 가정의 달로 여기는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다. 어머니의 날(Mother’s Day)이 있고, 현충일(Memorial Day)이 있다. 학교마다 졸업식이 열리고, 아이들은 한 학년을 마무리하며 여름방학을 눈앞에 둔다. 5월의 끝자락에서 아이들의 얼굴에 번지는 그 홀가분한 표정은, 나라가 달라도 똑같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진다. 지금 이 시대의 아이들은 5월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스마트폰 화면 속 영상보다 더 선명한 기억을 마음에 새길 수 있을까. 어린이 대공원 잔디밭처럼, 훗날 떠올리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장면을 갖게 될까.

요즘 아이들의 일상은 바쁘다. 학교가 끝나면 학원, 주말엔 각종 과외 활동. 한국이나 이곳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부모는 더 좋은 것을 주려 애쓰고, 아이는 그 기대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정작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함께 뒹굴던 그런 오후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 많이, 더 빨리, 더 잘해야 하는 시대 속에서 아이들이 그냥 아이일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가정의 모습도 많이 달라졌다.

필자가 어린 시절 기억하는 가정은 단순한 구조였다. 아버지는 일하고 어머니는 살림했다. 온 가족이 한 밥상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는 것이 당연한 일과였다. 대화가 많지 않아도, 서로의 숨소리가 들리는 그 공간 자체가 가족이었다. 찌개 하나를 가운데 두고 숟가락을 부딪히던 그 저녁 식탁이(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모르지만), 한국인들 뇌리에는 가장 완전한 가족의 모습이었다.

지금의 가정은 다양해졌다. 맞벌이가 당연한 시대가 됐고, 각자의 방에서 각자의 화면을 바라보는 저녁이 낯설지 않다. 이민 가정의 경우엔 더욱 복잡한 층위가 더해진다. 부모는 한국의 정서를 품고 살고, 아이들은 이곳의 문화 속에서 자란다. 밥상머리에서 같은 언어로 대화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때가 있다. 부모가 영어로 다가서려 애쓰고, 아이가 서툰 한국말로 답하는 그 어색한 저녁 풍경이, 사실은 가장 뭉클한 가족의 장면일 수 있다.

그럼에도 가족은 여전히 가족이다. 형태가 달라졌을 뿐, 서로를 향한 마음의 방향은 바뀌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의 부모들이 더 치열하게 가족을 지키려 애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낯선 땅에서, 낯선 언어로, 아이들의 내일을 위해 오늘을 버티는 이민 가정의 5월은 그 자체로 헌신이다.

5월이 우리에게 묻는 것은…

우리는 지금 서로에게 충분히 머물고 있는가.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어도 좋다. 어린이날 선물 하나보다, 아이 곁에 앉아 아무 말 없이 같은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이 더 오래 기억될 수 있다. 어버이날 카네이션 한 송이보다, 오랜만에 걸어온 전화 한 통이 부모의 마음을 더 따뜻하게 할 수 있다. 때로는 아무 이유 없이 안아주는 것만으로도,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얼마나 든든한지를 다시 느끼게 된다.

필자가 기억하는 5월의 어린이 대공원은 사실 특별할 것이 없었다. 현재의 놀이공원처럼 값비싸고 웅장한 놀이기구도, 화려한 퍼레이드도 없었다.

다만 그날 가족이 거기 함께 있었다. 그것이 전부였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지금 이곳의 5월도 다르지 않다. 가족이 함께하는 자리, 그 평범한 오후가 훗날 누군가의 가장 선명한 기억이 된다. 5월은 그것을 다시 떠올리게 해주는 달이다.

올해 5월, 잠시 멈추고 곁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자.

손에 든 핸드폰을 내려놓고, 방문을 열고, 그냥 함께 있어 주자.

그것이 가정의 달을 기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TAGGED:5월KTN 편집국장 유광진데스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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