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위험 신호 포착 시에만 개입 … 통제보다 대화와 지지가 우선”
자녀의 친구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조건 관계를 끊게 하는 것이 정답일까, 아니면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경우 아이가 스스로 친구 관계를 맺고 경험을 통해 성장하도록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다만 괴롭힘이나 위험한 행동처럼 안전과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에서는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통제가 아닌 신뢰와 열린 대화라고 조언한다
■ 부모의 걱정, 어디까지가 적절할까
부모라면 자녀가 사귀는 친구를 보며 걱정한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예의가 없거나 규칙을 잘 지키지 않는 친구, 혹은 주변에서 좋지 않은 이야기가 들리는 친구를 만나면 관계를 말리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부모가 자신의 기준만으로 자녀의 친구를 판단해 관계를 끊게 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또래 관계를 통해 갈등 해결 능력과 사회성을 배우며 성장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역할은 친구를 대신 골라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부모가 특정 친구를 무조건 만나지 못하게 하면 아이는 자신의 판단이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낄 수 있다. 특히 사춘기 자녀는 부모의 반대가 강할수록 오히려 해당 친구와의 관계를 숨기거나 더 의지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위험 신호가 없는 상황이라면 친구 관계에서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도 성장의 일부라고 설명한다. 부모가 아이를 믿고 지켜보는 태도는 장기적으로 독립적인 판단력과 건강한 대인관계를 기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아무 일도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평소 자녀의 학교생활과 또래 관계에 관심을 갖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며, 실제 상황을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신뢰하되 확인하라”는 태도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 이럴 땐 부모가 나서야 한다
부모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상황도 분명 있다. 전문가들은 친구 관계에서 괴롭힘을 당하거나 또래 압박으로 위험한 행동에 노출되고, 정서적 학대나 심리적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는다면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부모가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자녀의 행동 변화는 중요한 신호가 될 수 있다. 평소보다 말수가 줄고 위축되거나, 특정 친구를 만난 뒤 불안해하고 학교 가기를 싫어하는 모습이 나타난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갑작스러운 성적 하락이나 수면 습관 변화, 이유 없는 짜증과 불안감이 반복된다면 친구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반대로 아이가 친구들과 편안하게 지내고 부모와도 열린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면 지나친 간섭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개입이 필요하더라도 아이를 비난하거나 친구를 일방적으로 악인으로 규정하기보다는, 아이의 감정을 먼저 이해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 통제보다 대화가 효과적이다
자녀의 연령에 따라서도 접근법은 달라져야 한다. 어린아이들은 부모의 의견을 비교적 잘 받아들이지만, 청소년은 또래 관계를 자신의 정체성과 밀접하게 여기기 때문에 강압적인 통제에 쉽게 반발할 수 있다. 부모가 친구를 금지하거나 관계를 억지로 끊게 하면 오히려 아이가 마음을 닫고 문제를 숨길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심문하듯 캐묻기보다 아이의 감정을 묻는 대화가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왜 그런 친구를 사귀느냐”보다 “그 친구와 함께 있을 때 기분이 어떠냐”, “최근 힘든 일은 없었느냐”와 같은 질문이 아이의 마음을 여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요즘 아이들의 인간관계는 메신저와 SNS, 온라인 게임 등 디지털 공간에서도 계속 이어진다. 휴대전화를 빼앗거나 특정 친구와의 연락을 완전히 차단하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효과가 크지 않을 뿐 아니라 부모와 자녀의 신뢰를 해칠 수도 있다.
■ 건강한 친구 관계는 가정에서 시작된다
전문가들은 좋은 친구를 사귀는 능력 역시 가정에서 길러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부모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아이와 함께 ‘좋은 친구란 어떤 사람인지’, ‘건강한 관계는 어떤 모습인지’를 자주 이야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스포츠나 동아리, 봉사활동처럼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도록 격려하는 것도 긍정적인 또래 관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을 만나며 폭넓은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부모의 역할은 자녀의 친구를 대신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위험 신호가 보일 때는 든든한 보호자가 되어 주고, 평소에는 믿고 대화하며 아이가 스스로 건강한 관계를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아이의 자존감을 키워주는 것이 건강한 친구 관계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자신을 존중하는 아이일수록 다른 사람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거나 해로운 관계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일상 속에서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고 작은 성공을 격려해 주는 태도가 장기적으로 건강한 인간관계 형성의 밑거름이 된다고 조언한다.

